처음 3년 육아
이달의 신간2020. 1. 30. 01:17
인생의 80%는 세 살 전에 결정된다!
25년간 5만여 명의 아이들과 가족을 상담해온 최고의 임상 전문가가 내놓은 첫 번째 책
‘몸과 마음을 지배하는 두뇌는 세 살까지 약 80%가 완성되며, 행동과 성격도 세 살까지의 환경에 따라 결정된다.’ ‘사춘기 이후에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는 세 살까지의 양육 환경에 달려있다.’ 25년에 걸쳐 5만 여명의 아이들과 가족을 만나온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과학적으로 검증하여, 쉽고 간결하게 소개했다. 출생 후 ‘처음 3년’은 두뇌의 발달과 정서의 안정, 신뢰의 바탕 등 인생의 모든 기반이 만들어지는 결정적 시기이다. 이때는 오직 단순하지만 일관된 육아의 기준이 필요할 뿐이다. 정보의 홍수 속에 뽑아낸 ‘처음 3년’의 육아 포인트, 그리고 그를 실천하기 위한 19가지 지침을 알기 쉽게 설명했다.
책 속에서
발달장애와 애착장애를 분간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최근 나는 소아과 진료 현장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예전에는 이상행동을 보이는 아이에게 자폐증이 의심된다고 말하면 부모는 거의 대부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육아법을 포함한 환경 요인 때문에 생긴 이상입니다”라고 말해도 “그럴 리 없어요. 혹시 자폐증 아닐까요?”라고 묻는 부모가 늘었다. 아이가 발달장애라면 ‘기질적인 문제니까 하는 수 없다, 역시 내 육아법은 틀리지 않았어’라고 안심할 수 있기 때문일까? 비슷한 예로 “우리 애만 이상한 게 아니다. 아니, 이상한 건 다른 애들이다”라고 우기는 부모도 많아지고 있다. 아이가 왜 문제행동을 일으키는지 생각할 마음의 여유가 없고, 문제행동을 일으킬 만큼 힘들어하는 아이보다 그 때문에 곤란을 겪는 부모 자신을 불쌍하게 여기는 것이다. 씁쓸하지만 여기에는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고 고립된 가족의 모습이 반영되어 있다.-본문 81p
여성의 뇌에서는 본능을 담당하는 시상하부가 활발하게 활동한다. 시상하부는 성욕이나 식욕, 공격성 등을 관장하는 다양한 중추를 포함하며 기분을 좌우하는 곳이기도 하다. 사랑을 하면 이 시상하부가 활발하게 작동하기 때문에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감정의 기복이 커진다. 시상하부는 생식행동에도 관여한다. 사춘기 이후 여성은 기본적으로 여성의 뇌로 살아간다. 그러나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하고 젖을 물리는 동안 시상하부의 기능이 급격히 저하된다. 이것이 바로 뇌의 모성화다.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하고 젖을 주는 동안 여성의 뇌에서 모성의 뇌로 변해가는 것이다. 모성의 뇌로 바뀌면 흥미의 대상이 자기 자신이나 자기실현에서 자녀로 바뀐다. 본능의 뇌인 시상하부의 기능이 저하되기 때문에 감정의 동요가 줄고 마음이 잔잔해지며 관심이 자녀에게 집중된다. 시상하부 대신 시각을 관장하는 후두엽의 작용이 활발해져 인지적으로 아이를 관찰할 수 있게 된다. -본문 90p
수유할 때는 아기와 눈을 맞추고 다정하게 말을 거는 것이 좋다.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지 모를 때는 동요를 불러주어도 좋다. 이 무렵이 되면 아기는 엄마의 표정을 흉내 낸다. 아기가 흉내 내는 것을 ‘신생아 모방’이라고 하는데, 별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것도 아기의 뇌 발달과 애착 형성에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아기의 모방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요령이 조금 필요하다. 아기가 깨서 기분 좋게 움직일 때 아기 눈을 바라보며 아기 눈동자가 엄마를 잘 따라오는지 살핀다. 아기가 눈으로 엄마를 잘 따라오면 혀를 내밀어본다. 아기가 엄마의 혀를 쳐다보면 3초쯤 지나 혀를 다시 넣는다. 이 행동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아기도 엄마를 따라서 혀를 내민다. 아기의 뇌 발달 그리고 애착 형성의 첫걸음은 엄마와 주고 받는 커뮤니케이션이다. 아무리 모유를 먹인다고 해도 그때마다 휴대전화만 들여다본다면 아기와 충분히 소통한다고 할 수 없다. 아기와 제대로 눈을 맞추고 말을 걸면서 안아주어야 한다. 그러나 휴대전화를 보면서 모유를 먹이는 것이 온전히 엄마 탓은 아니다. 아기와 단둘이 있다 보면 외부와 단절된 시간이 갑갑해서 인터넷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주위에서는 모자가 고립되지 않게 도와주어야 한다.-본문 175p
시냅스에는 반복 학습으로 사용된 시냅스가 지속적으로 증가해서 남는 ‘장기 증강’과 반복 학습 도중 실패함으로써 사용된 시냅스가 약해져서 사라져가는 ‘장기 억제’가 있다. 기념일의 음식 이야기에서처럼 한 번의 자극으로 마음에 강하게 남는 기억도 있지만, 반복 학습으로 형성된 신경 회로는 일부러 생각하지 않아도 조건반사처럼 떠오른다. 오감으로 얻은 자극은 장기 증강이 되어 아이의 능력으로 발전한다. 또 감정이 풍부한 아이는 자신의 호기심을 바탕으로 다양한 놀이를 하면서 실패를 거듭하는 동안 장기 억제 활동으로 요령과 운동 능력을 획득해간다. -본문 201p
일찍이 신생아 의료 현장의 최우선 과제는 ‘어떻게 생명을 지킬 것인가’였다. 그러나 생존율이 뚜렷이 높아지면서 최근 20년 동안 새로운 문제가 떠올랐다. 필사적으로 이 세상에 태어난 아기. 그 놀라운 생명력으로 위기를 뛰어넘어 성장하는 아기. 그런 아기와 만나기를 가장 기대했을 엄마가 아기를 마주 보지 못하고, 아기를 사랑하지 못하는 문제가 늘고 있는 것이다.
왜 이런 문제가 많아진 것일까? 아니, 많아진 게 아니라 다양한 생명을 만나고 신생아와 그 가족을 살피는 동안 나 스스로 깨달은 사실인지도 모른다. 전쟁이 끝나고 우리는 역사상 유례없는 눈부신 경제 발전을 이루었다. 그러나 그 부흥의 그늘로, 아이에게 눈길을 줄 시간은 크게 줄었다. 1차산업의 쇠퇴에 비례해 지역 전체가 나서서 아이를 돌본다는 사고방식은 붕괴했고, 부모와 아이는 하루 종일 떨어져서 보내야 하는 환경이 되었다. 이렇게 자란 아이들은 자신이 부모가 되었을 때 아이를 두고 일하러 나가는 데 아무런 의문도 품지 않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경제 발전을 이룬 우리는 경제력을 얻는 대신 아이를 키우는 육아력을 잃어버렸다. 저출산이 큰 문제인 현재, 이는 매우 중요한 계기임에 틀림없다. 우리는 지금 경제력보다 육아력을 재검토해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 실제 부모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가 나서서 아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정비하고,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을 재평가해야 한다. 그래서 다음 세대를 남기고 보호 육성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의 미래를 지켜나가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본문 23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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